디지털 카메라에 SNS를 허하라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개인 생활에 불어닥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카메라가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다. 기백만원짜리 DSLR을 들고 다니면서 이런저런 일상의 단면을 담는 것이 취미였건만 이제 그런 거추장스런 장비 대신 아이폰 하나만 달랑 들고 다닌다. 휴대하기도 간편하고 찍기도 쉽다.

물론 사진 품질면에서 아이폰이 DSLR의 그것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사진이 더이상 화질과 뽀대의 수단이 아닌 찰나의 느낌을 담는 수단으로 축소되면서 아이폰 하나면 족하다. 거기다 아이폰4 정도되면 화질이나 화소도 웬만한 똑딱이 못지 않다.

휴대성 외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이유가 바로 SNS와의 연동이다. 단순히 사진을 찍고 메모리에 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사진을 웹에 게시하고 공유하고 느낌을 주고 받는다. 기존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할 수 없던 것들이다. 즉, 콘텐츠 생산보다 유통에 더 무게를 두게 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는 단문 텍스트 못지 않게 사진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공유된다. 다수가 스마트폰이나 휴대폰으로 찍어 즉석에서 SNS로 업로드한 것들이다. 포스퀘어 같은 위치기반 SNS도 최근 사진 업로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인기있는 아이폰용 카메라앱인 인스타그램이나 푸딩카메라는 처음부터 SNS 연동을 고려해 만들어진 앱이다. 사진을 멋지게 촬영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플리커 등에 게시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쯤되니 사진에 대한 정의도 바뀔 것만 같다. SNS와 연동되면서 사진의 품질이나 작품성을 논하기 보다는 해당 사진 이미지에 대한 감정이입, 시공간의 느낌을 교류하는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 퇴근길 가로수, 기르는 고양이, 빈 커피잔 등 별 의미없어 보이는 대상들도 멋드러진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필자 같이 필름 시절의 추억을 지니고 있는 사진애호가에겐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DSLR을 손에서 놓았다. 헐값에 처분한 뒤로도 딱히 DSLR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조금 앞서서 지난 10여 년간 IT업계를 주름잡았던 디지털 카메라의 위기를 논하는 이도 있다.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적어도 똑딱이 디카는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기존 디지털 카메라를 SNS화 시키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네트워킹 기능을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무선 메모리카드인 Eye-Fi가 있다. SD메모리 카드에 WiFi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구겨 넣었다. 속도가 느리고 배터리를 많이 먹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카메라 기종에 구애없이 무선 네트워킹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근 삼성에서 선보인 VLUU ST1000 카메라의 경우 아예 WiFi와 SNS 지원 기능을 내장했다. 디지털 카메라의 SNS화에 앞장 선 대표적인 사례다.

스마트폰 – 정확히는 아이폰 때문에 많은 시장이 원치 않던 변화를 겪고 있다. PDA와 MP3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고, 곧이어 PMP와 GPS 네비게이션 시장도 홍역을 앓고 있다. 아마 다음 차례는 디지털 카메라가 되지 않을까?

사진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될 때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휴대성과 컨버전스라는 관점에서 디지털 카메라에 SNS 기능을 첨가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의미있고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의 진화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흥미롭다.

p.s> 이런 추세라면 스마트폰이 80년대 PC 혁명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