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인터넷닷컴 폐쇄 – 1세대 인터넷 IT 미디어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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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코리아인터넷닷컴에 접속해 보니 익숙한 화면이 아닌 생소한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메일수신함을 뒤져보니 스팸으로 분류된 코리아인터넷닷컴발 뉴스레터 한 통 – 문 닫는다는 소리다. 예상은 했지만, 잠시 허탈했다.

90년대 후반 ~ 2000년도 즈음 국내에 인터넷 붐이 일면서 해외(주로 미국)의 앞선 IT 미디어들의 한국 진출도 러시를 이룬 적이 있었다. CNET과 ZDnet이 들어왔고 인터넷닷컴도 들어왔다. IT 쪽은 아니지만, 중앙일보를 통해 CNN 한국어 번역 서비스도 등장했고 야후 코리아를 선두로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 해외 IT 서비스들이 국내에서 맹위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IT 미디어 분야에서 일했던 내겐 CNET과 ZDnet(얼마 안가 두 회사가 합병했지만), 그리고 인터넷컴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던 ‘즐겨 찾는’ 사이트였고 애정도 각별했다. 하지만, 물 건너온 서비스의 호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02~2003년을 기점으로 토종 웹 서비스들의 급속한 성장으로 하나둘씩 사라져 갔고 … 코리아인터넷닷컴이 문을 닫은 지금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미디어는 ZDnet Korea 정도.

1세대 인터넷 IT 미디어의 몰락

왜 이렇게 됐을까?
외국 서비스의 어쩔 수 없는 현지화의 한계일까? 국내 이용자 트랜드의 변화일까? 변화에 대한 적응 실패일까? 아니면 토종 미디어와 포털의 막강한 영향력에 따른 필연적인 토태였을까? 아마도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인터넷의 특성상 이용자의 니즈와 경쟁 환경에 맞게 빠르고 유연한 서비스로 대응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UCC나 분산/공유/참여의 웹2.0 트랜드에 발맞추지 못하고 중앙집중적인 관리와 전문가 중심의 참여를 통한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용자의 취향과 업계 트랜드를 쫒아가지 못했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토종 포털의 막강한 영향력 또한 해외 IT 미디어들의 몰락을 앞당겼다. 트래픽이 포털로 집중되다 보니 광고로 먹고사는 전문 미디어들의 입지가 날로 약화될 수 밖에.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한국 인터넷 특성에 맞춘 유연한 현지화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큰 몰락의 원인은 자연도태론이나 진화론적 관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의 특성상 혁신적인 자기진화 없이는 자연스럽게 트랜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오프라인 산업에서 10년 동안 일어날 진화가 인터넷에서는 채 1년도 걸리지 않는다. 비즈니스에도 생명이 있다면, 이들 IT 미디어들의 생명선은 태생적으로 짧았다.

인터넷 진화론?

즉, 변화 적응, 경쟁 우위와 같은 내부적인 힘으로 인해 변화에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그 내부적인 힘보다 인터넷의 성장과 진화라는 외부적인 힘 자체가 너무 컸다. 산업 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이 석유로 대체되었듯이, 공중전화와 삐삐가 휴대전화로 대체되었듯이, 산업 자체의 변화가 개개의 비즈니스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경우처럼 말이다.

산업 혁명에 이은 인류 최대의 변화라 일컫는 ‘정보 혁명’. 그중에서도 맨 앞자리에서 달리고 있는 인터넷의 등에 업힌 IT 미디어라면 오죽하랴.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도 CNET과 ZDnet, Internet.com의 전성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어찌 됐든, 진화론 맹신자가 아닌 내겐 한때 친한 친구로 여겼던 ‘좋은’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사라지는 서비스가 아쉽지 않을 만큼 좋은 서비스를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는 점이 그러한 아쉬움을 더 크게 만든다. 미디어의 빈자리를 블로그와 RSS가 어느정도 채워주곤 있지만, 1:1 대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예전만큼의 만족감은 아니다.

인터넷은 계속 변화한다. 예전보다 지금이 더 빠르게 가속도가 붙어 변화한다. 오늘의 주류가 내일은 비주류로 내려앉는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명확한 인터넷 바닥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보다 널리 내다보고 준비하는 그런 안목이 아닐까 싶다.

“코리아인터넷닷컴 폐쇄 – 1세대 인터넷 IT 미디어의 몰락” 에 대한 2의 댓글

  1. 간간히 날아오는 뉴스레터에 늘 잊을만 하면 기억나는 곳이었는데 결국 폐쇄가 됐군요. 근데 저는 예전에 회원가입을 해놓았는데… 회원탈퇴를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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