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콘키스타도르가 될 것인가?

올해도 어김없이 WWDC 2011이 열렸다.
건강상의 문제로 병가를 냈던 스티브 잡스가 키노트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예상한 바 대로 OS X Lion과 iOS5 그리고 iCloud를 선보였다. 아이폰5나 맥북에어 등 HW 출시 소식이 없었다는 데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맥애호가들도 있겠지만, 위 3가지 소식만으로도 훌륭하다. 지인 중 한 분은 키노트를 관람하고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SW와 서비스만으로도 업계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고 본다.

키노트의 주요 소식은 공식 동영상(퀵타임 필요)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맥엔라이프 팀블로그의 ‘WWDC2011 : 풍성한 소프트웨어의 향연‘라는 글에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엔가젯의 라이브블로그에서는 풍부한 사진과 함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굳이 여기서 재술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리라. 그래서 개인적인 느낌만 정리해 본다.

OS X Lion
2011년 7월 출시되며, 과거처럼 DVD 패키지가 아닌 맥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하는 방식. 결정적으로 단돈 29.99달러. 리눅스 배포판도 아니고 이건 뭐 올킬 아이템이랄까? iOS와의 통합을 고려한 첫번째 맥 OS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듯. 라이온을 통해 맥 앱스토어의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iOS5
2011년 가을 출시 예정이며, 기능과 기본 앱 업데이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아이폰3Gs도 지원한다. 무선 싱크와 업데이트(OTA) 기능이 반갑다. OS 차원에서 트위터와 통합되어 웹페이지나 지도 등의 앱에서 바로 트윗질이 가능하다고. 반면 페이스북 연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잡스는 트위터광일까?)
앱 중에서는 (직업 관계상) 신문/잡지 구독 앱인 Newsstand가 눈길을 끈다. 어떤 식으로 뉴스를 보여줄 지 궁금하다. iMessage는 벌써부터 카카오톡 킬러로 인식되는 듯 한데 … 글쎄다. 과거 iChat의 삽질을 생각할 때 좀 두고봐야 할 듯. (API가 개방되어 있다면) 조만간 안드로이드폰에서 iMessage와 호환되는 메시징앱이 나오지 않을까? 아무래도 이통사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앱일 터.

iCloud
iOS5와 같이 출시되며 5G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 메일-사진-음악-칼렌더-주소록-문서 등 데이터 싱크가 지원된다. 모바일미의 확대판 – 예상한 바 그대로다. 맥 사용자로서 무료라는 점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나 아무래도 용량이 작다. (20G 정도 줘도 될 텐데.. ) 압권이 iTunes Match 서비스. 연간 24.99달러의 유료 서비스다. 음악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해야겠지? 음반업계의 골칫거리였던 불법 음원을 양성화시키는 창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아마존과 구글이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정복자 애플,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콘키스타도르(conquistador)라는 말이 있다. 15~17세기, 이른 바 대항해시대에 아메리카 대륙에 침략한 스페인인들을 이르는 말이다.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에르난 코르테스가 대표적인 인물. 이들 침략자들은 신대륙의 황금을 약탈하고 원주민들을 대량 학살하기도 하면서, 잉카 문명과 아스텍 문명 등 아메리카 대륙의 고유 문명들을 파괴했다. (주↑ 위키피디아)

이번 키노트를 보면서 애플은 이제 콜럼버스가 아닌 콘키스타도르라는 느낌이 들었다. PC 구대륙을 벗어나 모바일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한 뒤 이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기로 마음 먹은 듯 하다. iOS라는 배를 타고 와 탁월한 룩앤필을 무기로 신대륙의 황금을 독차지하려는 탐욕스런 정복자. 그리고 해변에는 OS X Lion이라는 보급선단까지 도착했다.

애플은 이제 HW와 SW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iCloud와 iTunes Match)까지 제공한다. 그것도 돈 되는 분야에만 … ^^ 아마존과 구글이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앱 생태계 정비에 정신을 파는 사이 애플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조만간 크게 한 판 붙을 일만 남았다. 과연 애플은 모바일 서비스 분야까지 휩쓸 것인가?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애플이 제공하는 발달된 문명의 혜택(?)이 과연 달콤하기만 할까? 신대륙에 터를 잡은 원주민(개발사)은 어떻게 될까? 애플교로 개종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앱스토어라는 집단농장에서 착취당하면 미래는 있을까?

피사로와 코르테스가 그랬듯이 정복사업에 자비는 없다. 과연 애플이 콘키스타도르가 될 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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