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IT 벤처가 살아남는 세가지 시나리오

2008/09/26 - Column

요 며칠 국내 블로고스피어를 강타하는 최대 이슈는 세계 최대의 검색 업체인 구글이 국내 블로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태터앤컴퍼니(이하 TNC)를 인수했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구체적인 인수 조건이나 향후 계획이 밝혀지지 않았기에 더욱 블로거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자아내는듯하다.

‘IT 벤처의 구세주’라 불릴 만큼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구글이지만, 국내 IT 생태계에서는 늘 먼 나라 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구글이 TNC를 인수함에 따라 드디어 국내에도 ‘구글에 의한 인수합병’ 사례가 생겼다.

TNC는 역량 있는 개발자 집단이자 국내 최고의 블로그 전문 개발업체이다. 설치형 블로그툴인 태터툴즈(TatterTools)뿐만 아니라 티스토리(Tistory.com)라는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정착, 다음에 매각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구글이 탐낼만한 몇 안 되는 국내 IT 벤처 중 하나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구글의 TNC 인수 소식이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사실 TNC의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한 소문은 지난 2007년 말부터 블로그 업계에 돌았고, 그 유력한 대상에 늘 구글이 거론됐다.

구글의 TNC 인수는 구글이나 TNC 모두에게 발전적인 기회임은 물론, 이 땅의 IT 벤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인 피인수합병 시나리오를 몸소 증명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 IT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번째 시나리오 – 주식상장
엄밀히 말해 기업의 상장은 생존의 과정이지 그 결과나 방법론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성공과 부를 거머쥔 사례를 살피면 아직도 IT 벤처의 상장은 꿈이자 생존의 방법으로 여겨진다.

다른 시나리오와 달리 기업의 상장은 대규모 투자 유치 외에도 경영권과 사업영역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 그리고 더는 벤처가 아닌 어엿한 IT 기업으로 성장했음을 인정받는 기회라는 점에서 IT 창업가들이 꿈꾸는 최고의 바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닷컴 버블 붕괴 후, IT 벤처의 몰락에 따라 모범적인 상장 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기에 최근 IT 벤처의 독자 상장에 의한 생존의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 – 피인수합병
주식상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지금, 테헤란벨리의 IT 벤처들은 상장보다 피인수합병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것이 사실이다.

구글 역시 TNC의 우수한 개발 인력과 텍스트큐브닷컴이라는 블로그 서비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국내 블로그 업계의 경우 피인수합병의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다음의 티스토리 인수와 SK컴즈의 이글루스 인수가 그랬다.

특히 피인수합병은 상장과 달리 복잡한 절차와 조건이 필요치 않고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진다는 점 그리고 창업자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보상이 따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고용승계와 사업영역의 유지를 100% 보장할 수 없고 대부분 피인수 측이 경영권을 잃게 된다는 점이 한계로 남는다. 다수 IT 벤처 창업가들이 자신의 조직과 사업 영역에 대한 자부심과 지속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피인수합병을 최고의 생존 시나리오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기업에 의한 IT 벤처 인수의 경우, 피인수된 서비스나 사업의 부흥보다 잠재적인 경쟁 업체의 제거, 기술과 인력의 흡수, 인수 기업의 서비스 영역 확대 및 보완이라는 요인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피인수합병 이후 해당 서비스가 퇴보하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SK컴즈가 이글루스를 인수한 후, 이글루스가 발전하기는커녕 시장 점유율과 이글루스 기반의 파워 블로거가 줄어드는 등 심상찮은 진통을 앓고 있다. TNC를 인수한 구글 역시 성공한 인수합병 사례만 가진 것은 아니다.

모바일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닷지볼(dodgeball.com),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자이쿠(jaiku.com),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의 대명사격인 블로그포스트닷컴(Blogspot.com) 등 잠재력이 뛰어난 벤처를 인수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수수방관, 서비스를 망쳐놓은 사례가 적지 않다.

구글 못지않게 IT 벤처의 인수 합병에 적극적인 MS와 야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의 첫눈 인수 역시 비슷한 사례이다. 따라서 피인수합병 시나리오는 IT 벤처의 생존이 아닌 선택에 의한 긍정적인 종말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세 번째 시나리오 – 현실생존
모든 IT 벤처들이 주식상장이나 피인수합병을 통해 빛을 보는 것은 아니다. 95% 이상의 IT 벤처들이 창업한 지 3~5년 이내 문을 닫는 것이 보통이며, 확실한 수익모델 없이 하루하루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현실이다.

살아남는 5%의 벤처들은 창업 이후 IR에 의한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수혈, 서비스 안착을 위한 길지 않은 시간을 확보한다. 이 고통의 시간 동안 뚜렷한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서비스와 기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1~2%의 벤처들만이 이를 극복해 서비스를 안착시켜 손익분기점을 넘기거나 SI 사업을 통해 매출을 증대시킨다.

그러나 살아남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대다수 IT 벤처들이 독자적인 서비스를 희망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SI 하도급 업체로 전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 SI 사업이 그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SI 하도급으로는 살아남는 것 이상의 미래는 없다. 유감스럽게도 적지 않은 이 땅의 IT 벤처들이 – 그것도 뛰어난 잠재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촉망 있는 벤처들이 – 이 상태에 머물러 있다.

IT 벤처가 살아남는 시나리오에 반드시 꿈의 실현이나 경제적 보상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죽지도 그렇다고 크게 흥하지도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생존을 위해 고난의 가시밭길을 걷는 ‘독자생존’의 길도 있다. 이 길을 바라며 시작하지는 않았을 터, 다수가 걷게 되는 그 길 말이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 벤처 캐피털로부터 외면받고, 원청업체로부터 냉대를 받는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가꾸어 나가는 IT 벤처들에게 앞서 말한 세 가지 시나리오가 아닌 새로운 네 번째 생존의 시나리오가 필요하지 않을까?

구글의 TNC 인수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내심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일인걸 …’이라고 되뇌는 이 땅의 IT 벤처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줄 새로운 시나리오 말이다. IT 벤처가 희망을 잃는 그 순간 이 땅의 IT 미래 역시 그 빛을 잃는다.

* 본 칼럼은 2008년 9월 26일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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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gs: 벤처 / 상장 / 생존 / 스타트업 / 합병 /

Comments

  1. […] 대한 소감은 여기까지고요.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까요? 링크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타트업의 생존방법에는 3가지가 있겠죠. 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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