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화는 반드시 필요한가?

간만에 문서화에 대한 원론적 고찰에 잠시 빠져 보자.
파워트위터리언 중 한 분이신 박태웅 KTH 부사장은 트윗을 통해 “공유의 목적을, 이해를 공유하는 것에서 문서를 공유하는 것으로 옮겨가는 순간 비극이 시작된다.“라고 하셨다.

일단, 99% 공감한다.
소위 ‘한 문서’한다는 분들을 보면 이런 경험을 다 거쳤을 것으로 믿는다. 문서를 만들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어 ‘What’과 ‘How’에 집착한 나머지 ‘Why?’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문서를 만드는 본질은 망각한 채 문서 자체에 집착하게 되고 … 결국 문서를 위한 문서가 되어 버린다.

“글자 크기가 작아”, “맞춤법이 틀렸어”, “이건 표로 만들어야지”, “양식대로 해” … 등등
이렇게 되면,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피곤해 진다. 시간과 정력 낭비일 뿐.
그렇다고 문서가 필요없느냐?
그건 또 아니다.

박부사장의 트윗에 99% 공감하되 나머지 1% 때문에 그래도 문서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물론, 박부사장께서 문서가 필요없다고 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트윗 문구 그 자체에 들어있다.

“문서 공유가 이해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따를 때, 문제는 사람마다 이해의 정도가 다르다는 데 있다. 협업의 특정 사안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공유할 때 해당 부서장의 이해와 CEO의 이해, 그리고 제3자(타부서나 협력자)의 이해가 모두 다르다. 이렇게 다른 생각과 이해의 정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말이나 간단한 메모로 부족하다. 어느정도 양식에 맞춘 문서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론의 여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용도다.

결국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문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말보다 글
말을 뒤집을 수 있다. 없던 얘기를 지어낼 수도 있고, 있던 걸 없앨 수도 있다. 그리고 말이 단계를 거치며 전달되면 변형된다. 원래 이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발명하신 거다.

둘째, 기록 기록 기록
문서는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있다. 언제 썼고 누가 읽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책임 소재 파악이 명확하다. 그래서 말 한마디면 해결될 일을 번거롭고 귀찮지만 문서로 만드는 거다. 부가적으로 말만 듣고 ‘그렇구나’라고 이해한 사항을 글로 보면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쓰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안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셋째, 보기 좋은 떡
같은 말이라도 미운 말, 고운 말이 있듯이 문서도 기왕이면 간결하고 이해하기 좋은 문서가 좋다. 어느정도 스킬이 필요한 부분인데 문서를 읽은 사람의 이해 정도를 고려해서 만든 반 페이지짜리 문서는 몇 시간짜리 연설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지닌다.

장광설이 길었는데 … 정리하면, 문서화의 폐단을 인지하고, 주객이 전도되지 않게 문서라는 형식을 적절히 활용하자는 얘기다. 그리고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각자의 노력이 조금씩 필요하다. 특히 개발자와 기획자. 당신들 말이다. ^^

결론: 문서화는 필요악. 허나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해야, 어설프게 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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