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 먹기’에 대한 두려움

‘개밥 먹기 (Eating your own dog food)’란 말이 있다. 영미권에서는 예전부터 쓰던 말인 듯 한데, 내 경우 조엘 온 소프트웨어의 저자 조엘 스폴스키(Joel Spolsky)를 통해 알게 되었다.

SW 개발쪽에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자기가 직접 써보는 것을 ‘개밥을 먹는다’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보기에는 그럴싸 하지만 먹어보면 맛이 없는 음식 – 즉, 내가 만든 SW니까 멋지고 좋아보일 수는 있어도 실제로 사용자 입장에서 써보면 영 아닌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라는 의미다.

출처: Geek And Poke: Simply Explained

대개 먹어보면 맛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개밥 먹기를 주저하는 개발자/기획자가 많다. 막상 맛이 없어도 ‘뭐 이정도면 먹을만 해’라며 자기위로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최근 개발 막바지에 들어선 프로젝트에서 내가 그랬다. 초기 기획에는 발을 담궜지만 개발 단계서부터 통합 테스트 단계까지 일부러 발을 뺐다. 산출물의 맛이 없어서라기 보다 까다로운 내 입맛에 맞지 않을 것을 우려한 탓이다. 개발자는 아니지만 PM으로서 어떤 맛일지 대충 감이 잡혔고 (그래서는 곤란하지만) 개밥을 먹어본 후 ‘처음부터 다시!’라는 유혹에 시달리기 싫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산출물의 맛은 괜찮을 것 같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구성원 모두가 고생한 덕분이다. 그래서 나도 면피도 되고 구성원들도 즐거워질 수는 있겠지만 … 스스로는 영 개운치 못하다. 정확히는 떳떳하지 못하달까?

어쨌든, ‘개밥 먹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것’
그게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가 얻는 가장 큰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