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호칭을 없애면 조직이 평등해지고 창의성이 살아날까?

보통 사회/경제 기사 중에서 오래된 떡밥이 하나 있다.
한 20년 묵어서 이제 쉴대로 쉰 떡법인데, 바로 호칭 파괴에 대한 환상이다. 어느 기업에서 부장, 차장, 과장 같은 직급 호칭을 없앴더니 조직 수평화에 큰 도움이 되더라 혹은 될 것이다… 라는 도시전설 말이다.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로 오늘도 하나 떴다.

인터넷 업계엔 ‘부장님·차장님’ 없다 – 아이뉴스24

“호칭 파괴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각 직원들의 역량에 맞는 역할 수행과 보상에도 효과적일 것”이라며 “각자의 전문성도 인정하고 직원들 간 존중하는 문화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 기업에서 직급 호칭에 대한 문화는 매우 뿌리깊다. 그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기사에서처럼 호칭 파괴를 통해 직위에 따른 서열화를 없애고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기업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나 있다.

그다지 … 효과 없음.

제아무리 선배 직원에게 ‘김PD, 박매니저, 길동님’이라고 불러봐야 본인이 권한과 의사결정권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호칭은 대등한데 “왜 나는 ‘김PD, 박매니저, 길동님’에게 결제를 받으러 가야하는 거지?”라는 어색함과 불편함만 남을 뿐이다.

또한 수직 계열화가 호칭 따위에 무너질만큼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수평화는 직급 호칭 같은 피상적인 문제보다 권한 이양과 분산에서 출발한다. 사원이 이사의 의견에 반대하고, 사장이 과장에게 컨펌을 받을 수 있도록 권한을 주면 자연스레 조직 수평화가 이뤄지고 상하간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해 진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창의력과 자발성도 피어오르게 마련이다.

호칭 문제를 다루는 기사 역시 보통 쓸 거 없을 때 나오는 보도자료이거나, 기자라면 한 두번씩은 우려 먹은 아이템. 20년 전에도 똑같은 기사가 나왔다. 지난 20년동안 변한 게 없이 똑같은 얘기가 반복된다면 그게 결코 답은 아니라는 얘기.

호칭은 권한을 상징하는 아주 작은 현상일 뿐이다. 바꾸려면 조직과 문화를 다 바꿔야 한다.
쓸데 없는데 힘 빼지 말자.

“직급 호칭을 없애면 조직이 평등해지고 창의성이 살아날까?” 에 대한 1의 댓글

  1. 효과가 없다고 쓸데없는 것일까요. 작은 현상을 모아야 큰 일을 이루죠. 우선 진심으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에 찬성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글쓴이 님이 회사 대표가 되었을 때, 대표님이란 호칭 대신 아무개님으로 불리는 데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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