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떡밥, ICT 기획자도 코딩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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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분야에서 “기획자도 코딩을 해야할까?”라는 명제는 꽤나 오래된 떡밥이다. 최근 몇년 동안에도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 대충 결론이 난듯 하면서도 논쟁이 재연되곤 한다. 시발은 주로 개발자들의 입과 글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통례. 최근에도 아래와 같은 아쉬움의 글이 눈에 띄였다.

기획자님들, 개발을 배우세요 – Rath World
(기획자)들이 개발 공부안하고 간단한 것들까지 개발자들한테 시켜준다면 저도 그렇고 다른 개발자들도 그렇겠지만 돈 벌기 쉽고 인생 편하고 좋아요. 그런데 좀 너무 심해진 거 같네요.

(개발자의 입장에선) 기획자들이 간단한 것조차 직접 하지 못하고(혹은 안하고) 개발자에게 요청한다. 이렇게 보면 코딩의 ‘코’자도 모르는 기획자가 참 답답할 것이다. 실제로 일부 개발사에서는 기획자에게 기본적인 코딩 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게임업체 CEO이신 김학규님도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능력에 대한 필요성은 밝힌 바 있다. 얼마전 참석한 모 클라우드 컨퍼런스에서 신생 포털인 줌닷컴의 경우 DB 정보를 열람하는데 기획자들이 직접 스크립트를 작성해서 원하는 정보를 추출해낸다고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기획자가 개발 마인드를 갖추는 것에는 100% 동의. 기초적인 코딩 능력을 보유하는 것에도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것은 부가적인 능력일 뿐 기획자는 기획에 대해 전문가여야 한다. 특정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론 중 하나에 그친다. 기획자가 할 일이 있고 개발자가 할 일이 있다는 얘기다.
블로그 이유하닷컴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짚었다.

게임 기획자도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할까? – 이유하닷컴 V1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획자가 C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99% 시간 낭비다 … 기획자가 코딩을 할 줄 알면 좋지만 그것이 좋은 기획자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코딩은 기본적으로 미시적인 작업이다. 서비스/SW 기획은 거시적인 안목을 필요로 한다. (시스템 기획이 아닌 콘텐츠 기획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두가지 시각이 조화롭게 융화될 때 좋은 산출물이 나오는데, 미시와 거시를 오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결국 한 사람이 미시와 거시를 둘 다 갖추는 것보다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 어설픈 코딩 실력보다 시스템적 사고가 중요 »

프로그래머가 기획참여를 할때 문제점 – 나의 게임 개발 회고록
프로그래머가 기획을 하는것은 매력적인 생각으로 보이지만, 장벽이 높고, 부작용도 많다.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할수 있다고 생각할때만 프로그래머와 기획협업을 하는편이 좋다.

구현(How)에 몰두하는 개발자가 기획일에 매달리면 무엇을(What) 왜(Why)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핵심을 놓치기 쉽다. 반대로 기획자가 개발에 지나치게 신경쓰다 보면 구현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다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물론 앞서 imc나 줌닷컴의 예처럼 기획자도 코딩을 할 줄 알면 좋다. 아주 좋다. 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오히려 어설픈 코딩 실력보다 시스템적 사고를 갖추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이유하닷컴에서는 이를 ‘공학적 사고방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공학적인 사고방식에 대하여 – 이유하닷컴 V1
기획자는 프로그래밍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공학적인 사고 방식이 요구된다. 공학적 사고 방식은 훈련을 통해서 익숙해질 수 있다.

공학적 사고방식에는 수학적인 기술도 필수적이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포함돼야 할 듯 싶다. 말이든 문서든 행동이든 자신의 기획을 개발자에게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말이다. 경험상 이게 제일 중요하더라.

p.s> 덧붙여 예전에 쓴 글 ‘기획자 무용론에 대한 나름의 정리‘도 링크를 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