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뭘 잘못했냐고?” 너무 잘 해서 탈~

요즘 네이버가 독과점 협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언론사들이야 내심 ‘네이버도 한 번 당해봐야 …’라는 생각을 가질 법도 한데, 몇몇 매체는 살짝 네이버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사와 네이버는 애증이 점철된 관계다. 이미 각 방은 쓰는데 대놓고 이혼을 못하고 밖에서는 잉꼬부부인 척하는 그런 관계 말이다. 아래 기사도 그런 점을 고려해서 읽으셔야할 것 같다.

네이버는 뭘 잘못했길래 조사받나요? – 한겨레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하고 있답니다.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 거래행위를 했는지 알아보고,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할지 여부도 검토한다죠.

아무튼, 네이버가 독과점이냐 아니냐는 문제는 적어도 법리적으로 꽤 애매한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대놓고 독과점하려 한 건 아니고 ‘승자독식’ 구조의 인터넷 시장 특성상 ‘본의 아니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 버렸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너무 잘 해서 탈이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부터는 네이버가 잘 해서 점유율이 높다기 보다,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잘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란 얘기다. 웹에서는 그렇다 치고 모바일에서 딱히 내세울 거 없는 네이버가 여전히 독보적인 검색점유율을 만들어가고 있다. 멀리서 뒤질 것도 없이 여기 굿글 블로그의 사례를 보자.

검색유입처 그래프를 그릴 것도 없다. 죄다 네이버니깐.
검색유입처 그래프를 그릴 것도 없다. 죄다 네이버니깐.

구글만 편애하다 호기심에 네이버의 로그 분석기인 네이버 애널리틱스를 한 번 써봤다. 한 달 정도 데이터를 모아서 살펴보니 가관이다. (네이버 애널리틱스의 데이터가 구글 애널리틱스의 그것과는 세부적으로 좀 차이가 난다는 점은 무시함)

위 그래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직접방문을 제외하면 네이버 검색을 통해 굿글 블로그로 들어오는 비율이 44%를 넘는다. 구글은 아무리 많아도 10% 미만이다. 다음은 보이지도 않는다. 웹은 그렇다치고 모바일마저도 네이버판이다. 전체유입경로 중 26%가 모바일 네이버를 통해 굿글 블로그에 방문한다. 모바일에서 구글을 이용해 방문하는 비율은 2% 남짓에 불과하다. 모바일에선 구글보다 차라리 페이스북을 통해 들어오는 비율이 더 많다.

» 웹이든 모바일이든 한국에선 네이버가 甲

2010~2011년 정도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회사에서 로그 분석을 하던 후배가 ‘이런 추세로 가면 모바일도 네이버가 다 잡아먹을 것’이라고 예언한 적이 있었다. 데이터 추세가 분명 그걸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래서는 안되겠지’라며 애써 무시했던 기억이 있다. 우려가 어느틈에 현실이 되어버렸다.

혹여 누군가가 “듣보잡 IT 블로그에 그나마 트래픽을 가져다 주는게 네이버인데 뭐가 그리 불만이냐?”라고 물으신다면, 어리석게도 나는 네이버에 단 한 번도 굿글 블로그의 검색을 부탁해 본적도 없고 사이트 등록을 해본적도 없다.

워드프레스 기반에 SEO 툴 설치 등 구글 검색 최적화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면 썼지 네이버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네이버 검색을 바랬다면 독립 블로그보단 네이버 블로그를 쓰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겠지.

빈약한 논리에 따른 푸념이긴 한데 … 개인적인 결론은 네이버는 독과점 맞다. 맞고요. 독과점이란 게 객관적인 지표로 점유율 과반이 넘고 그로인해 사용자 선택의 여지를 크게 제한하는 부작용을 낳는 것이라면, 이게 독과점이 아니고 무엇인가?

다만, 인터넷 시장의 특성상 이걸 규제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규제보다는 네이버의 개방과 경쟁환경을 위한 진흥이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다. 뭐 그것도 원론적인 해법일 뿐이지만. 공정위에서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냐마는 … 모바일에서도 상황이 계속 이런 식으로만 간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