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가는 OS, 미래로 가는 OS

지난 7월 7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한날한시에 내로라하는 국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각각 새로운 PC용 운영체제(OS)를 선보였다. 그 중 하나는 국산 미들웨어 업체로 유명한 티맥스에서 발표한 ‘티맥스 윈도 9’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세계 최고의 검색 업체인 구글이 발표한 ‘크롬 OS’이다.

두 회사 모두 OS 상용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MS 윈도가 장악한 PC용 OS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가시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점을 제외하면, 두 제품이 추구하는 전략은 완전히 달라 보인다. 길은 비슷하되 가는 방향이 각기 다르다.

PC vs. 네트워크(인터넷)

제품 발표 행사와 그간 공개된 정보를 간추려 보면, 티맥스 윈도 9이 추구하는 기술 목표는 명확해 보인다. 현재 전 세계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PC용 OS인 MS 윈도XP를 대체하는 것이다. 티맥스 윈도 9이 MS 윈도의 UI와 Win32 기반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오피스 소프트웨어와 웹 브라우저를 기본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새로운 개념이나 기능이 더해진다는 정보는 별로 없다. 다시 말해, 티맥스 윈도 9의 목표는 데스크톱 PC 상에서 윈도XP와 MS 오피스, IE로 할 수 있는 일은 티맥스 윈도 9에서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렇다면, 구글 크롬 OS는 어떨까? 아직 실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눅스 커널 기반으로 동작하는 새로운 윈도우 시스템 위에 크롬 브라우저를 돌리는 형태로 인터넷 지향적인 OS라는 점을 구글은 밝히고 있다. 오는 2010년 하반기 출시 예정이며, 오픈 소스 기반으로 소스 코드 역시 공개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크롬 OS가 PC에 얽매인 OS가 아니라는 점이다. MS 윈도와의 호환성을 제공하지 않으며 리눅스 기반이지만, 독자적인 사용자 환경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기존 OS와의 호환성보다는 인터넷 활용이라는 변화하는 사용자 환경에 맞춘 새로운 OS의 개발이 바로 크롬 OS의 실체라 할 수 있다.

기존 시장 vs. 신규 시장

MS 윈도가 지닌 UI와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을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목표를 가진 티맥스 윈도 9은 필연적으로 MS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20여 년간 OS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온 MS와 직접 경쟁하는 것은 분명 힘겨운 일이다.

따라서 티맥스 윈도 9은 박대연 회장의 언급대로 개인용 시장보다는 공공시장을 노리는 방향으로 초기 마케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미 형성되어 있는 기존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국산 OS’라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국내 공공시장만큼은 일정한 시장 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구글의 행보는 이보다 도전적이다. 기존 시장을 잠식하기보다는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넷북’이나 ‘타블렛’ 같은 인터넷 기반 디바이스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OS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구글 크롬 OS의 역할이다.

이미 마련되어 있는 기존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닌 만큼 매출 등 당장의 성과는 크지 않겠지만, 새로운 인터넷 기반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보다 큰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지닌다. 게다가 구글은 인터넷 시장에서만큼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힘이 있다.

2등의 전략과 1등을 위한 전략

티맥스의 시장 전략은 티맥스 윈도 9이 MS 윈도XP를 대체하는 것, 즉, ‘대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체제 확보 전략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즐겨 쓰던 전략이다. 휴대폰과 LCD TV, 자동차, 철강, 조선업이 바로 그랬다. 1등 기업과 제품을 따라잡기 위해 가격과 성능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체제를 마련하고, 이를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입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전형적인 2등의 전략이지만, 안정적이고 목표가 뚜렷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구글은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 즉, ‘필수제’를 갖추는 전략을 구사한다.

기존 시장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제품으로 입지를 다진다. 이른바 1등을 위한 전략이다. 인터넷의 발달 이후 PC가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고 연산 작업 결과를 토해내는 ‘Compute’ 기능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정보와 자원을 교류하는 ‘Communication’ 기능이 더 중요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글의 이같은 전략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타도 MS’라는 슬로건을 제외하면, 추구하는 개념부터 지향하는 바에 이르기까지 티맥스 윈도 9과 구글 크롬 OS는 서로 다르다. 두 제품 모두 상용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과는 5년 뒤 시장이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둘 중 하나는 과거로 가고 있고, 다른 하나는 미래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과거로 가고, 누가 미래로 가는지는 굳지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독자 여러분이 짐작하는 바 그대로니까.

* 본 칼럼은 2009년 7월 12일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