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혁신은 과연 멈추었는가?

지난 9월 9일(현지시각) 애플 신제품 발표회(동영상)는 잡스의 애플과 팀 쿡의 애플이 어떻게 다른지 여실히 보여줬다. 팀 쿡은 훌륭한 경영자지 잡스처럼 천재적 혁신가는 아니다. 그에게 잡스의 전매특허였던 ‘One More Thing’을 바라는건 욕심이다.

오히려 팀 쿡은 애플을 발전시키고 최고의 회사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80년대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CEO 존 스컬리와 비교된다. 잡스없는 애플을 이끌었던 점도 두 인물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제품 다변화를 통해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려 노력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즉, 이 시기에 애플은 여러가지를 많이 많들었다. 다음 이미지는 위키피디아에 게재된 ‘Timeline of Macintosh models'(링크)라는 연표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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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점은 1998년이다. 각 카테고리별로 다양하던 제품이 1998년을 기점으로 딱 4개 군으로 줄었다. 테스크톱(파워맥, 아이맥)과 랩톱(파워북, 아이북) 영역에서 각각 하이엔드와 보급형 제품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것이다. 누가? 스티브 잡스가 말이다.

잡스가 애플에서 쫒겨난 1985년부터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1997년까지 애플의 제품군은 하나둘씩 늘어나 시판되는 매킨토시 제품 종류만 20여가지에 달할 때가 있었다. 각 제품마다 명분은 분명했다. 소비자의 니즈는 늘 다양하고 그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내놓으면 결국 더 많이 팔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현상이 아닌가?

그렇다. 삼성이다. 누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모두 몇 종류가 되는지 아시는 분? 적어도 20가지는 될 것 같다. 강동혁님의 제보(링크)에 따르면 갤럭시 스마트폰 제품 종류만 100여 가지에 달한다. 헉!

그리고 요즈음의 애플이 그렇다. 딱 한 종류만 팔던 아이폰도 어느새 가짓수가 늘어나 지금은 시판하는 아이폰의 종류만도 서너가지나 된다. 아이패드도 제품 버전이 헷갈릴 정도로 종류가 늘었다. 매킨토시도 하나둘씩 종류가 늘어나 라인업이 중복되기 시작했다.

마치 90년대 애플로 회귀한 느낌이다. 우려스런 현상이다. 애플은 제품군이 늘어나고 복잡해질 수록 애플의 명성과 가치는 가라앉았다. 제품군이 단촐하고 깔끔해야 혁신이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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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애플은 17년 전 아이맥의 교훈을 잊고 있는걸까?

행운인지 불행인지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교훈을 준다. 잘 나가는 애플도 언젠가는 성장세가 꺾일 것이다. 그리고 20년 전에 그랬듯이 침체기를 겪겠지.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 따라준다면 애플은 다시 제품군을 정리하고 일어설 것이다. 혁신의 깃발을 다시 치켜들고 말이다. 누가 그 깃발을 들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