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Column’ Category
기획자 무용론에 대한 나름의 정리
2012년 1월 12일 | am 8:49
아무래도 IT 종사자가 많은 블로고스피어와 트위터에서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떡밥 중 하나가 ‘기획자 무용론’이다. 보통 ‘기획자 vs 개발자 vs 디자이너’의 삼각구도가 성립되고, 각 측의 댓글 지원에 힘입어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곤 한다. 대개 건설적인 논쟁으로 발전하는 탓에 지켜보면서 보고 배우는 바가 많아서 그런 논쟁을 좋아하는 편이다. ^^;
그런데 얼마 전, 특이하게도 대결구도(?)가 아닌 자기비판적인 기획자 무용론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Fredism on iFred 블로그의 ‘기획자가 인정하는 기획자 무용론‘
(사견을 담아) 요약하면 조직 규모나 세력, 기대 수준에 따라 기획자의 비중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그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극단적으로 보면 IT 기반 스타트업에서는 CEO든 개발자든 디자이너든 모두가 기획에 참여하므로 따로 기획자가 필요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리콘벨리에는 기획자라는 직군이 따로 없다’는 얘기도 있으니 … (실제로 그런지 확인은 못해봤지만) 기획자 무용론을 스스로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본문 못지않게 댓글도 백미이므로 꼭 읽어보시길~
반면, 개발자 출신으로 스타트업에 몸을 담고 있는 미니님은 이러한 기획자 무용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미니의 프로그래밍 이야기 ‘기획자에게 힘을 실어주자~‘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오히려 기획자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기획자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해보니 오히려 더 필요하더라~라는 얘기다. 이 역시 수긍이 간다.
종합하면 … 갑론을박, 말은 많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는 필요한 직군이 아닐까 싶다. IT개발에 있어 초기 기획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역할을 나누어 수행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가려면 누군가가 주도해야 한다. 결국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가 (임시든 지속적이든) 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 멤버의 기획자화는 사실 이상론에 가깝고 현실은 시궁창이니까. ^^;;;
끝으로, 일전에 한 번 소개했던 슬라이드 ‘기획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에 다시 링크를 걸면서 글을 맺는다. 이런 문제 역시 답은 예전부터 나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선배들의 경험에 귀를 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그 양반들은 다(아마도) 해봤다.
문서화는 반드시 필요한가?
2012년 1월 10일 | am 8:20
간만에 문서화에 대한 원론적 고찰에 잠시 빠져 보자.
파워트위터리언 중 한 분이신 박태웅 KTH 부사장은 트윗을 통해 “공유의 목적을, 이해를 공유하는 것에서 문서를 공유하는 것으로 옮겨가는 순간 비극이 시작된다.“라고 하셨다.

일단, 99% 공감한다.
소위 ‘한 문서’한다는 분들을 보면 이런 경험을 다 거쳤을 것으로 믿는다. 문서를 만들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어 ‘What’과 ‘How’에 집착한 나머지 ‘Why?’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문서를 만드는 본질은 망각한 채 문서 자체에 집착하게 되고 … 결국 문서를 위한 문서가 되어 버린다.
“글자 크기가 작아”, “맞춤법이 틀렸어”, “이건 표로 만들어야지”, “양식대로 해” … 등등
이렇게 되면,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피곤해 진다. 시간과 정력 낭비일 뿐.
그렇다고 문서가 필요없느냐?
그건 또 아니다.
박부사장의 트윗에 99% 공감하되 나머지 1% 때문에 그래도 문서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물론, 박부사장께서 문서가 필요없다고 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트윗 문구 그 자체에 들어있다.
“문서 공유가 이해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따를 때, 문제는 사람마다 이해의 정도가 다르다는 데 있다. 협업의 특정 사안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공유할 때 해당 부서장의 이해와 CEO의 이해, 그리고 제3자(타부서나 협력자)의 이해가 모두 다르다. 이렇게 다른 생각과 이해의 정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말이나 간단한 메모로 부족하다. 어느정도 양식에 맞춘 문서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론의 여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용도다.
결국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문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말보다 글
말을 뒤집을 수 있다. 없던 얘기를 지어낼 수도 있고, 있던 걸 없앨 수도 있다. 그리고 말이 단계를 거치며 전달되면 변형된다. 원래 이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발명하신 거다.
둘째, 기록 기록 기록
문서는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이 있다. 언제 썼고 누가 읽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책임 소재 파악이 명확하다. 그래서 말 한마디면 해결될 일을 번거롭고 귀찮지만 문서로 만드는 거다. 부가적으로 말만 듣고 ‘그렇구나’라고 이해한 사항을 글로 보면 ‘이럴 수도 있구나’라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쓰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안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셋째, 보기 좋은 떡
같은 말이라도 미운 말, 고운 말이 있듯이 문서도 기왕이면 간결하고 이해하기 좋은 문서가 좋다. 어느정도 스킬이 필요한 부분인데 문서를 읽은 사람의 이해 정도를 고려해서 만든 반 페이지짜리 문서는 몇 시간짜리 연설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지닌다.
장광설이 길었는데 … 정리하면, 문서화의 폐단을 인지하고, 주객이 전도되지 않게 문서라는 형식을 적절히 활용하자는 얘기다. 그리고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문서를 만드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각자의 노력이 조금씩 필요하다. 특히 개발자와 기획자. 당신들 말이다. ^^
결론: 문서화는 필요악. 허나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해야, 어설프게 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직장 상사는 왜 대개 무능한가?
2012년 1월 6일 | pm 3:12
인퓨처컨설팅 블로그의 ‘팀장님, 1개월 걸릴 일을 1주일에 끝내라고요?‘라는 글을 읽고 한마디.
글에서 ..
파멜라 힌즈(Pamela J. Hinds) 교수의 실험을 예로 들며, ‘상사는 부하직원의 업무 능력을 예측하는 일에 그리 뛰어나지 않다. 이는 무능해서라기 보다 오히려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상사는 지시를 내리거나 업무를 할당할 때 자신의 판단에 기초하지 말고 부하직원들과 상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관리자의 필수요건이다’
고 얘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 바닥에서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일 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 “내가 너희만 할 때는 이거저거 다했다. 근데 너희들은 왜 이모양이냐?”라는 식이다. 소위 ‘전문가의 오류’, ‘지식의 저주’에 빠진 경우다. 한 술 더 떠서 중간관리자가 아닌 임원이나 CEO가 이런 식이라면 참 어렵다.
‘시키는 대로’가 아닌 ‘스스로’하는 Bottom-Up
이 부분은 상사가 조직을 운용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부하직원과 상의를 거치는 ‘배려’만으로 쉽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상의를 통한 적절한 수위조절과 의사결정도 결국은 Top-Down 방식의 상명하달 프로세스일 뿐이다. 이보다는 부하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업무의 범위과 내용을 규정하도록 한다. Bottom-Up 방식 – 즉, 상사는 미션만 내려주고 이를 수행하는 방법이나 기간은 본인 스스로 정하도록 맡긴다. 물론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모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발생하는 책임은 부하직원 혼자 지는 것이 아니라 상사와 나누어 진다. 리크스 관리면에서 상사에게 불리한 선택이지만 능동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상사의 배려로만 이뤄진 업무처리보다는 훨씬 효율적이고 결과물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부하직원의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Bottom-Up의 부작용
물론, Bottom-Up 방식이 만능은 아니다. 무엇보다 상사 역시 자신의 권한을 위임할 여지가 많지 않다. 주어진 시간은 항상 빠듯하고 기대수준은 늘 높기 마련이다. 단기간에 원하는 목적을 달상하기 위해서 상명하복의 일사분란한 지휘냐, Bottom-Up 방식의 자율적인 지휘냐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대개 전자를 선택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Top-Down이 빠르고 편하기 때문.
Bottom-Up 방식이 실패하는 또 다른 경우는 부하직원이 Bottom-Up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다. (많은 직장인들이 안전과 평화(?)를 위해 시키는 일만 하는데 익숙해 있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중간에서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차상위자가 필요하며, Bottom-Up 방식의 관리를 행하기로 마음먹은 상사라면 반드시 이런 차상위자를 선택하거나 (없다면) 만들어 배치해야 한다.
문제는 …
우리 주위에 이런 노력을 하는 상사가 많지 않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당신의 상사는 무능해 보인다. 비록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결론 : 만일, 당신의 상사가 무능하다면 당신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유능한 상사 밑에 유능한 직원이 있듯이, 유능한 직원 위에 유능한 상사도 있다.
보고의 미학
2011년 8월 5일 | pm 3:39

“보고를 하면 그 책임의 90%가 보고를 받는 사람에게 간다. 따라서 보고는 정확히, 제때, 자주 하는 것이 좋다. 그게 보고의 미학이지.”
조직개편이 있던 날 저녁, 막걸리 주전자를 기울이면서 직장선배가 건낸 말이다. 어느새 보고를 하기보다 보고를 받는 경우가 좀더 많아진 지금의 내게 절실히 와닿은 말. 보고라는 것이 폭탄 돌리기처럼 책임을 윗사람에게 떠넘기는 효과도 있고, 특히 보고서라는 형태로 표현될 때 증거 남기기라는 면피성 행위임을 전혀 부인하지는 못할 터. [주]
하지만, 보고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공유이자 소통이다.
보고가 단순히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전달하는 단방향 정보 전달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보고 후에는 대개 문의와 지시(혹은 요청)가 따르기 마련이다. 전달된 정보에 대한 피드백이 돌아오므로 크게 봐서는 정보의 양방향 전달, 즉 소통에 가깝다.
단, 보고를 그냥 자주 해서는 안된다. 그저 폭탄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는 위험하다. 폭탄이 어떻게 작동하며 언제쯤 터질 것이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한 상태에서 폭탄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 폭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즉, 왜곡되지 않은 정확한 보고, 너무 늦지 않게 제때 이뤄지는 보고는 보고를 하는 이는 물론 보고를 받는 이 모두를 살리는 긍정적인 행위다.
이러한 이치를 안다면 보고를 두려워 하거나 게을리 할 필요가 없다.
애플은 콘키스타도르가 될 것인가?
2011년 6월 7일 | pm 3:31

올해도 어김없이 WWDC 2011이 열렸다.
건강상의 문제로 병가를 냈던 스티브 잡스가 키노트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예상한 바 대로 OS X Lion과 iOS5 그리고 iCloud를 선보였다. 아이폰5나 맥북에어 등 HW 출시 소식이 없었다는 데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맥애호가들도 있겠지만, 위 3가지 소식만으로도 훌륭하다. 지인 중 한 분은 키노트를 관람하고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SW와 서비스만으로도 업계에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고 본다.
키노트의 주요 소식은 공식 동영상(퀵타임 필요)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맥엔라이프 팀블로그의 ‘WWDC2011 : 풍성한 소프트웨어의 향연‘라는 글에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엔가젯의 라이브블로그에서는 풍부한 사진과 함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굳이 여기서 재술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리라. 그래서 개인적인 느낌만 정리해 본다.

OS X Lion
2011년 7월 출시되며, 과거처럼 DVD 패키지가 아닌 맥 앱스토어를 통해 다운로드하는 방식. 결정적으로 단돈 29.99달러. 리눅스 배포판도 아니고 이건 뭐 올킬 아이템이랄까? iOS와의 통합을 고려한 첫번째 맥 OS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듯. 라이온을 통해 맥 앱스토어의 활성화를 기대해 본다.
iOS5
2011년 가을 출시 예정이며, 기능과 기본 앱 업데이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우려와 달리 아이폰3Gs도 지원한다. 무선 싱크와 업데이트(OTA) 기능이 반갑다. OS 차원에서 트위터와 통합되어 웹페이지나 지도 등의 앱에서 바로 트윗질이 가능하다고. 반면 페이스북 연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잡스는 트위터광일까?)
앱 중에서는 (직업 관계상) 신문/잡지 구독 앱인 Newsstand가 눈길을 끈다. 어떤 식으로 뉴스를 보여줄 지 궁금하다. iMessage는 벌써부터 카카오톡 킬러로 인식되는 듯 한데 … 글쎄다. 과거 iChat의 삽질을 생각할 때 좀 두고봐야 할 듯. (API가 개방되어 있다면) 조만간 안드로이드폰에서 iMessage와 호환되는 메시징앱이 나오지 않을까? 아무래도 이통사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앱일 터.
iCloud
iOS5와 같이 출시되며 5G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 메일-사진-음악-칼렌더-주소록-문서 등 데이터 싱크가 지원된다. 모바일미의 확대판 – 예상한 바 그대로다. 맥 사용자로서 무료라는 점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나 아무래도 용량이 작다. (20G 정도 줘도 될 텐데.. ) 압권이 iTunes Match 서비스. 연간 24.99달러의 유료 서비스다. 음악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해야겠지? 음반업계의 골칫거리였던 불법 음원을 양성화시키는 창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아마존과 구글이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정복자 애플,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콘키스타도르(conquistador)라는 말이 있다. 15~17세기, 이른 바 대항해시대에 아메리카 대륙에 침략한 스페인인들을 이르는 말이다.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에르난 코르테스가 대표적인 인물. 이들 침략자들은 신대륙의 황금을 약탈하고 원주민들을 대량 학살하기도 하면서, 잉카 문명과 아스텍 문명 등 아메리카 대륙의 고유 문명들을 파괴했다. (주↑ 위키피디아)

이번 키노트를 보면서 애플은 이제 콜럼버스가 아닌 콘키스타도르라는 느낌이 들었다. PC 구대륙을 벗어나 모바일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한 뒤 이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기로 마음 먹은 듯 하다. iOS라는 배를 타고 와 탁월한 룩앤필을 무기로 신대륙의 황금을 독차지하려는 탐욕스런 정복자. 그리고 해변에는 OS X Lion이라는 보급선단까지 도착했다.
애플은 이제 HW와 SW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iCloud와 iTunes Match)까지 제공한다. 그것도 돈 되는 분야에만 … ^^ 아마존과 구글이 안드로이드 단말기와 앱 생태계 정비에 정신을 파는 사이 애플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조만간 크게 한 판 붙을 일만 남았다. 과연 애플은 모바일 서비스 분야까지 휩쓸 것인가?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애플이 제공하는 발달된 문명의 혜택(?)이 과연 달콤하기만 할까? 신대륙에 터를 잡은 원주민(개발사)은 어떻게 될까? 애플교로 개종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앱스토어라는 집단농장에서 착취당하면 미래는 있을까?
피사로와 코르테스가 그랬듯이 정복사업에 자비는 없다. 과연 애플이 콘키스타도르가 될 지 두고볼 일이다.

